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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박정희

지기는 싫어

박정희가 태어난 집은 마을에서도 맨 위쪽에 위치하고 있는 높은 지대일 뿐만 아니라 나즈막한 오막살이 초가집이었다.

안채와 행랑채로 구분되어 있기는 했지만 목수(木手)가 제대로 지은 집이 아니고 박성빈 씨가 상모리로 이사를 와서 아들과 함께 손수 지은 집이기 때문에 체목도 볼품이 없고 벽은 황토를 발랐으며 출입문은 작아서 겨우 사람이 드나들 정도였다. 그리고 지붕은 낮아서 처마 끝에 이마가 닿을 듯싶었다.

행랑채에는 박정희가 공부하던 작은 방이 하나 있고, 그 옆이 디딜방앗간이며 또 그옆이 외양간이다. 그다지 넓지 않은 집 도랑에는 언제나 한 마리의 장닭이 벼슬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목털이 보송보송해 있는 광경을 보았다.

틀림없이 옆집 닭과 싸움을 벌이다가 힘이 모자라 도망을 쳐온 모양이었다. 자기네 장닭은 옆집 닭과 매일같이 한 번씩 싸움을 했다.

상대방은 빨간 빛깔의 윤이 자르르 흐르는 보기만 해도 우람하고 당당하게 생긴 것이었다. 그리하여 항상 암탉을 예닐곱 마리씩 거느리고 그 중간에 우뚝 서서 위세를 뽐내고 있었다. 거기에 비하면 자기네 장닭은 털빛도 곱지 않았을뿐더러 체구도 자그마하여 싸움의 상대가 되기에는 부족했다. 그런데도 무슨 요량인지 매일같이 싸움을 걸었다가 벼슬이 찍기어 낭자하게 피를 흘리며 도망쳐오는 것이다.

그런 광경을 볼 때마다 그는 슬그머니 화가 치밀어 왔다. 저 큰놈의 장닭한테 어떻게 하면 우리집 장닭이 이길 수 있을 것인가! 하고 생각한 끝에 닭이 살찌고 힘이 나게 하기 위해서는 미꾸라지 올챙이가 좋다는 말을 들었다.

박정희 소년은 개구리 미꾸라지 올챙이 메뚜기 등을 열심히 잡아다 먹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렇게 서너 달을 하고 나니 닭의 털빛이 기름을 바른 듯 고와지면서 체구도 늘씬하게 뻗어 오른 듯싶었다.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오는데 뒤란 산기슭에서 푸드득 푸드득하며 닭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얼른 뒤란으로 가 보았다. 예측한 대로 그의 집 장닭이 대혈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노라니 자기네 닭이 힘차게 뛰어 오르며 발길질을 한 다음 상대방의 벼슬을 물고 한쪽으로 쓰러지면서도 끝끝내 놓치지 않고 짤짤 흔들어대는 것이었다. 그와 같은 동작을 두 번 세 번 자꾸 반복을 하니 큰놈이 비실비실하면서 도망을 쳐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자기네 닭도 기진맥진하여 멍멍히 서 있는 것이었다.

그는 얼른 달려가 닭을 안고 와서 모이도 주고 어루만져 주기도 했다.


박정희는 어려서부터 자기집 장닭이 남의 집 장닭과 싸워서 지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힘의 논리>를 진작부터 터득해 왔다. 그 힘이란 바로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즉 물질의 힘과 정신의 힘을 동시에 가졌을 때 참다운 힘이 솟아난다고 믿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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